스코틀랜드.
남자들이 치마를 입고 백파이프를 부는 나라. ‘영국’이라고 불리기보다는 ‘스코틀랜드’ 라고 불리기를 원하는 나라. [브레이브 하트]의 윌리엄 월레스의 전설이 살아있는 땅. 하이랜드의 광활한 자연을 벗 삼아 홀로 걸어가는 길.
영국 그레이트브리튼 섬의 북쪽 지방. 켈트계 부족들의 소왕국이 몇 개 있었으며, 11세기까지 스코트 인의 지배하에 통일 왕국이 수립되어 주변 부족들을 병합하였다. 그동안 잉글랜드와의 항쟁이 계속되었으며, 13세기에 현재와 같은 경계선이 확립되었다. 1603년에 잉글랜드의 엘리자베스 1세가 죽자 제임스 6세가 잉글랜드의 왕을 겸하게 되어 양국의 연합 관계가 형성되었다. 1707년에 양국의 의회가 통합되어 연합 왕국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스코틀랜드는 경제적으로 발전하게 되었으며, 잉글랜드와는 별개로 자치법으로 통치되고 있다.중심 도시는 에든버러이고, 경제적 중심지는 글래스고이다. 화학 공업과 전통적인 모직물 공업이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지명은 '스코트 사람들의 땅'이라는 뜻인데 켈트 어로 스코트는 '도망자', '방랑자'라는 의미가 있다. 스코트 인은 아일랜드의 선주민으로 3세기경 영국 본토(그레이트브리튼 섬)로 이주하였다. '유랑하는 양치기'라는 뜻도 있다. 이 곳에서 생산되는 술을 스카치위스키라고 하며, 남자 양치기들이 입었던 치마는 스카트라고 했다. 아름다운 풍경
‘웨스트하이랜드웨이(West Highland Way)는 스코틀랜드 최초로 만들어진 장거리 도보여행길이다. 공식 오픈은 1980년. 글래스고의 외곽 마을 멀가이(Milngavie)에서 시작해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큰 로몬드 호수(Loch Lomond)를 지나 영국에서 가장 높은 산인 벤 네비스(Ben Nevis 1,243m)의 발치에 엎드린 항구 도시 포트 윌리암(PortWilliam)까지 이어지는 153km의 길이다. 황무지에 가까운 로우랜드(lowland)에서 시작해 울창한 숲, 맑은 호수, 구릉과 계곡, 거친 산을 지나 야생의 하이랜드(Highland)로 향한다.
옛날 양치기들이 양떼들을 끌고 오가던 길, 18세기에 건설된 군사도로의 돌길, 버려진 옛 철길 등 길 자체의 다양한 변주도 즐길 수 있다. 스코틀랜드가 품은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어 해마다 5만 명의 사람들이 찾아오는 인기 있는 도보여행길이다.
숲과 호수, 마을이 어우러진 풍경
웨스트하이랜드웨이는 글래스고의 북서쪽 외곽 마을 멀가이에서 시작된다. 기차역을 나와 마을로 들어서면 마을 광장에 길의 시작점을 알리는 표석이 서 있다. 앞으로 이어질 일주일간 ‘육각형 아래 그려진 노란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가면 된다.
알랜더 강(Allander Water)을 따라 이어지는 오롯한 숲길을 한 시간쯤 걷고 나면 광활한 평원이 펼쳐지고 그 너머로 호수가 누워있다. 언덕을 올라 초원을 지나 돌담을 넘기도 하고 목책을 가로지르며 걷는 길. 풀섶에 몸을 숨기고 있던 수십 마리의 꿩들이 홰를 치며 일제히 날아오른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5시간을 걷고 나면 첫날의 목적지인 드리맨(Drymen)이다.
20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여관에서 하룻밤을 머물고 다시 길 위에 오른다. 둘째날, 1930년대 초에 조림한 깊고 어두운 전나무 숲을 지난다. 햇볕이 들지 않을 정도로 빽빽하게 그늘진 숲길을 한 시간 넘게 걷고 나면 황무지. 흐린 하늘 아래 마른 풀들만 바람에 흔들리는 무어랜드(Moorland)의 쓸쓸한 정취가 마음을 헤집는다. 저 멀리 넘어야 할 코닉힐(Conic Hill)이 보이고 왼쪽으로는 로몬드 호수의 물길이 따라온다.
인베러난(Inverarnan)의 술집 겸 여관 드로버즈 인(Drovers Inn)은 웨스트하이랜드웨이에서 가장 오래된 술집으로 300년 넘는 세월 동안 여행자들의 쉼터가 되어왔다. 데리다로크(Derrydaroch)에서 크리안라리크(Crianlarich)로 향하는 길은 웨이드 장군의 군사로를 따라 이어진다. 18세기, 잉글랜드가 스코틀랜드의 점령을 목적으로 로우랜드와 포트윌리엄을 잇고자 했던 흔적이다. 크리안라리크는 웨스트하이랜드웨이의 중간 지점으로 이제 하이랜드의 심장 속으로 들어온 셈이다.
호숫가의 작은 마을 로워드넌(Rowardenan)에 들어설 무렵이면 벤 로몬드(Ben Lomond 975m)산이 모습을 드러낸다. 인버스네이드(Inversnaid)의 폭포를 지나면 바로 롭 로이(Rob Roy)의 동굴이 기다리고 있다. 소 중개상인이던 롭 로이는 어느 공작에게 빌린 돈을 갚지 못해 범법자 신세로 전락, 결국 이 동굴에 은신해 의적 노릇을 하며 생을 보냈다고 한다.
361m의 코닉힐에 오르면 숲과 호수, 마을이 어우러진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회색빛 구름이 하늘과 물의 경계를 지우며 수평선 위에 내려앉아 있다.걸어온 산길과 호수의 물길과 새들이 날아가는 하늘길이 짙은 안개 사이로 몸을 감추고 드러내기를 반복한다.
코닉힐을 내려서면 호숫가 작은 마을 발마하(Balmaha). 구름 사이를 빠져나온 초가을 햇살이 호수 위로 은빛 비늘을 튕겨내고, 몇 척의 쪽배들이 물결에 흔들리고 있다. 마을을 벗어나면 로몬드 호수의 동쪽을 따라 늘어선 떡갈나무 숲 사이로 좁은 길이 이어진다. 호수를 끼고 따라오는 숲길이 고즈넉하고 아름답다.
칸트는 만년의 서간[Ⅻ 205ff.]에서 자기의 선조가 스코틀랜드 출신이라고 말하지만, 오늘날의 연구에서는 부정되고 있다. 이 서간에 따르면 조부 한스 칸트는 스코틀랜드로부터 이민해와 틸지트에서 사망했다고 하고 있지만, 거기서 죽은 것은 실제로는 증조부인 리하르트 칸트이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오랜 선조가 이 증조부이며, 발트 해 연안 민족의 피를 이어받은 것이 명백하다.
이 길에는 광활한 야생의 아름다움이 가득하다. 사람 없는 길에서 펑펑 울고 싶은 사람, 고독의 절정을 맛보고 싶은 사람은 가을의 스코틀랜드로 찾아가기를. 걷고 있는 사람마저 쓸쓸한 풍경의 일부로 만들어버리는 길이 기다리고 있다. 총 길이 153km(95마일)에 소요기간은 일주일. 웨스트하이랜드웨이에는 다음 목적지까지 짐을 운반해주는 서비스가 있다. 무거운 짐으로부터 해방되고 싶다면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4월 중순~9월 중순).
여행 Tip
웨스트하이랜드웨이협회에서 해마다 무료로 배포하는 정보지에는 길에 대한 소개와 함께 각 구간의 숙소정보가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발마하의 국립공원센터에서 구할 수 있다.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도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스코틀랜드의 날씨는 하루에 사계절을 다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변덕스럽다. 반드시 방수가 되는 신발과 방수 잠바, 보온 잠바 등을 준비하자. 여름철 도보여행자를 괴롭히는 스코틀랜드의 악명 높은 곤충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미찌(midge)라 불리는 작은 곤충, 둘째는 클랙(cleg)이라는 이름의 피를 빠는 말파리. 미리 벌레를 쫓는 약을 준비하고, 긴 팔 긴 바지를 입고 걷자.
언제
스코틀랜드의 겨울 일조시간은 겨우 6-7시간에 불과하다. 날씨는 당연히 나쁘고 대중교통 운행시간도 줄어들고 많은 숙소가 문을 닫는다. 가장 좋은 계절은5-6월의 봄과 9-10월초까지의 가을. 7-8월은 관광객이 붐벼 숙소를 구하기 어렵다.
평화로운 풍경
틴드럼(Tyndrum)을 지나 인베러런(Inveroran)쯤 들어서면 호수 뒤로 펼쳐진 숲과 나지막한 산들, 외줄기 길 위의 하얀 집 한 채가 그림처럼 서 있다. 호숫가로 물을 마시기 위해 내려온 사슴 가족을 조용히 지켜보는 여행자들의 모습이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평화로운 풍경을 이룬다. 아치형의 오키 다리를 건너면 전형적인 하이랜드의 마을 오키다리(Bridge of Orchy). 광대한 무어랜드의 끄트머리에 걸터앉은 이곳은 웨스트하이랜드웨이에서도 가장 고립된 지역으로 들어서는 길목이다.
작은 호수들과 습지를 지나 글렌 코(Glen Coe)의 웅장한 자태를 마주보며 걷는다. 이름만 무시무시할 뿐인 '악마의 계단(Devil's staircase 564m)를 가뿐히 오르고 나면 킨로클래븐(Kinlochleven). 산자락에 자리 잡은 작은 마을에는 유럽 최대의 인공빙벽이 있다. 자작나무숲을 지나 레븐 호수(Logh Leven)를 굽어보며 걷다보면 네비스 협곡(GlenNevis)의 발치에 다다른다. 멀리 포트 윌리엄이 보이고, 마침내 “웨스트하이랜드 끝(End of West Highland Way)"을 알리는 표지판이 기다리고 있다.
스코틀랜드의 날씨는 단조롭다. 비가 내리고 있든가 곧 비가 내릴 예정이던가. 몇 시간을 걸어도 인가 하나 보이지 않는 광활한 평원과 거대한 호수, 깊은 숲길을 걸어가는 동안 귓전을 울리는 건 바람소리와 빗소리뿐이다. 그곳은 하이랜드이고, 그 땅의 주인은 비와 바람, 그리고 안개. 세상의 끝에 혼자 서 있는 기분을 즐기는 이들을 위해 준비된 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