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 쇼’,

임대주택 쇼’, 그리고 대통령의 홍보 강박,

문재인 대통령이 각별히 아끼는 것으로 알려진 KBS 아나운서 출신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월 본인의 서울 광진구 지역구 사무실에서 본인 계좌로 돈을 모아 유료로 진행한 10회짜리 강연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진행방식이나 본인 남편을 포함한 강연자 명단 등 여러 측면에서 논란이 됐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강행했다.

 

몇 달 전 문제가 불거진 강연 얘기를 이제 와서 다시 꺼내는 건 당시 고 의원이 문 대통령 관련 발언을 적잖이 쏟아냈기 때문이다.

 

이걸 들으면 청와대 참모는 물론 심지어 방역 당국과 총리실, 외교부를 비롯한 각 정부 부처가 굳이 할 필요도 없는 무리한 정부 홍보에 왜 집착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일부 풀린다.
 

고민정 “문, 정책보다 홍보 중시”
청와대·정부 주객전도 과욕 배경
K방역과 비슷한 “조작” 비판 직면

“문 대통령은 홍보가 모든 것이라고 말한다. (청와대) 부대변인일 때도 대변인일 때도 ‘그분’께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가 ‘홍보 많이 해라’였다. 홍보가 70%이고 정책은 30%라는 말을 할 정도로 홍보의 중요성을 많이 말했다.”(일요신문)
 
이 기사를 처음 접했을 땐 실망스러웠다. 국민 삶을 편안하게 만드는 좋은 정책을 만들고, 설령 그 실행 결과가 의도와 달리 엇나가더라도 국민에게 정확하게 알려야 할 대통령 입에서 투명성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이 홍보를 정책보다 앞세우다니. 다른 한편으론 소통과 홍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다 튀어나온 과장된 표현이라 믿고 싶었다. 하지만 4개월 지난 지금은 홍보 비중 70%는커녕 제대로 된 정책 고민 없이 오로지 얄팍한 홍보만으로 대놓고 국민들 눈속임에 나선 정부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정권 초부터 제기된 ‘쇼통’ 논란이 이젠 보여주기식 쇼를 넘어 조작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어서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애용하지만 통계청마저 지적한 현실과 동떨어진 부실한 부동산원(감정원)의 부동산 통계 얘기가 아니다. 문 대통령이 기회 있을 때마다 “조만간 종식” 운운하며 정권 치적 홍보에만 골몰하느라 병상도, 백신도 없이, 지치고 분노한 의료진만 바라보며 연일 1000명 넘는 코로나19 확진자와 함께 불안한 겨울을 맞게 된 초라한 K방역 얘기를 하려는 것도 아니다.
 
공공임대주택 장점을 널리 알리겠다는 일념에 김현미 장관과 변창흠 국토부 장관 후보자를 대동한 채 경기도 동탄의 44㎡(13평)짜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대아파트를 찾았다가 “신혼부부에 아이 두 명도 가능하겠다”는 공감력 제로 발언으로 역풍 맞은 ‘임대아파트 이벤트’를 말하려는 거다. 강남 아파트 부럽지 않은 깔끔한 인테리어의 임대아파트에서 인자한 미소를 짓는 대통령 얼굴 사진으로 이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를 감추려다 오히려 국민들 화만 돋웠다.

 

들끓는 민심에 놀란 청와대는 “대통령의 단정문이 아니라 변 후보자에게 던진 의문문이었는데 언론이 왜곡했다”며 고질병인 ‘언론 탓’을 또 했다. 정상적인 사고가 이뤄졌다면 의문문 타령 대신 민심을 먼저 헤아리겠다고 고개를 숙였을 텐데 대통령의 홍보 강박증만 신경 쓰는 청와대 참모들은 이렇게 정반대 대응에 나섰다.

이러니 열심히 한다고 한 홍보가 오히려 사태를 더 꼬이게 한다. 추가 폭로도 이어졌다. 김은혜(국민의힘) 의원이 LH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날 1시간짜리 대통령 행차를 위해 인테리어 비용 4290만원을 비롯해 총 4억5000만원을 썼다. 윤희숙(국민의힘) 의원은 “10년 치 임대료를 쏟아부은 임대주택 치장은 홍보가 아니라 조작”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대통령 방문 사진은 임대주택이 이렇게 좋다고 국민을 속이려는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만들어낸 ‘기획된 대국민 거짓말’이자 이 정부 도덕성의 수준을 폭로하는 사건”이라고도 했다. 해프닝으로 넘길 일을 정권의 도덕성을 의심받는 스캔들로 만들어 버린 셈이다.
 
국민이 꼭 알아야 할 정책 홍보라면 4억원 아니라 40억원, 400억원이 대수일까. 하지만 때깔 좋은 대통령 사진 한장을 위한 조작에 들어간 돈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민간기업이었다면 지난해에만 임대사업으로 1조8000억원의 적자를 낸 회사가 아무리 ‘그분’이 뜬다고 1시간에 4억 넘는 돈을 펑펑 쓸 수 있었을까.

 

그런데 이 정부는 정부 부처 장관이든 공기업 임원이든 세금이 국민 주머니에서 나온다는 사실은 망각하고 마치 자기들 쌈짓돈처럼 아무 때나 ‘그분’ 심기를 위해 그 돈의 진짜 주인인 국민 눈치도 보지 않고 세금을 낭비한다. 이번 공공주택은 그런 무수한 사례 중 하나다.
 
대통령을 비롯한 공직자가 해야 할 일은 뒤로 젖혀두고 정권과 본인 치적 자랑만 한 결과가 우리가 지금 맞고 있는 우울한 2020년 12월의 겨울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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